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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챕터 Nous sommes deux soeurs jumelles 누썸드 쐬~~흐 쥐멜 (우리는 쌍둥이 자매) Nées sous le signe des gémeaux 네쑤르 씨뉴 데 줴모 (쌍둥이 별자리에서 태어났지) mi fa sol la mi ré ré mi fa sol sol sol ré do 미파솔 라~~ 미레 레미파 솔솔솔 레도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가 프랑스어였는데, 수업 시간 대부분은 자크 드미(Jacques Demy)(1931-1990)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프랑스어 시간에 배운 단어와 문법은 잊어도 되니까 자크 드미 감독의 영화,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1964) 그리고 《로슈포르의 숙녀들 (Les Demoiselles De Roc..
AM8시, 한 모금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보다가 많이 보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커피'와 관련된 것이었다. 때로는 친구와 여유롭게 또는 급히 어디론가 오고 가다 그리고 일과 일 사이 잠깐의 시간에 홀로 즐긴 커피 등 다양한 순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많은 커피의 모습과 장소 중 드로잉으로 남겼던 커피는 여유로운 시간에 마시거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잔에 마신 커피가 아닌 하루 중 가장 갈 길이 바쁜, 하루의 긴장을 조금도 내려놓지 못했던 시간에 마셨던 것이었다. 어쩌면 그 순간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붙들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 분 단위로 쪼개 살았던 긴장감이 함께 각인되어 그러한 것 같다. 30대 중반까지 병원에 가면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 중의 하나는 수면 시간을 늘리라는 처방전이었는데 오래 천천히 그리는 작업의 방..
WhenWhyHow 며칠 전 친한 동생이 "100원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당근 거래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서다 문득 물어본 것이었다. 순간, 질문 자체가 낯설게 다가와 몇 초간 멍 했던 기억이 난다. 잠깐의 멍함을 뒤로하고 혹시 예전에 물건을 사면서 동전을 받아 넣어두었던, 잊고 있던 동전이 있을까 봐 허겁지겁 지갑 구석구석을 찾아보았다. 동전이 지갑에 없는지 오래되었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카드가 일상화되었고 현금결제가 필요하면 바로 계좌이체로 생활하다 보니 물성을 지닌 돈의 존재가 낯설고 어색해지고 있었다. 분명 사라진 화폐가 아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사물이 과거로 기억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앞에는 정문을 기준으로 앞에는 3개, 건너편에는 2개의 문방구가 있었는데 문방구마다 공통적으로 문..
'곁'의 시작 아버지는 미술, 음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즐겨 보셨는데 특히 꾸준히 디자인 잡지를 보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을 모를 때는 잡지 안에 실린 그림을 즐겨 보았고 좀 더 커서는 글도 읽으면서 그 시간을 즐겼다. 옛날 잡지에는 한자가 많아서 수십 번 물어보아도 늘 처음처럼 알려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201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사물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상황과 장면이 오롯이 기억 속에 그려진다. 또한 여전히 난 그 사물들과 함께 지내며 영감을 받고 있다. 1976년에 창간된 《월간 디자인》을 2000년 초반까지 보시면서 메모하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주말이면 지금은 사라진 동네 서점과 레코드 가게에서 책과 음반을 사러 다녔던 기억은 성장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가..